가족이야기/부모님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창꽃 2019. 9. 23. 20:51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심순덕  시인 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배 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


엄마는 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외할머니 보고싶다

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―


한밤 중 자다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

아!

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

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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