추억
버섯이 세상에 나오려 머리를 내밀어
보니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돌을
머리에 이고 나왔네요.
성장의 힘은 돌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.
성장력으로 돌을 밀어내고 세상에 나온 이
버섯을 보고
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 적어 봅니다.
1968년 초여름 어느 날 동네 꼬맹이 예닐곱 명이 모여
말뚝박기가 한창이다.
갑자기 또래보다 한참 키가 작은 친구 녀석이 자기 머리를
눌렸다며 울며 집으로 갔다.
잠시 후 그 녀석의 어머니가 눈썹을 휘날리며 한쪽 고무신을
손에 들고 우싸인볼트의 속도로 달려왔다.
우리는 놀이를 멈추고 서로 쳐다보는 순간
한 아이의 볼기짝을 들고 온 고무신으로
사정없이 후려치고는 아카시아 순으로 목을 내리쳐
가시에 찔린 목에서 피가 주르르 흘렀다,
그리고는 자기 아이 손을 잡고 가버렸다
이유는 키가 작은 자기 자식 머리를 눌려
키가 자라지 못 하게 했다는 것이다
갑자기 얻어맞은 친구는 나에게
머리는 네가 눌렸는데 왜 나를 때리고 지랄이야.
하며 억울해했다
괜히 내가 미안해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자
그 친구는 아니야 나밖에 맞을 놈이 없는데 뭐
너는 겁나 못 때리잖아 했다
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다.
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애 아버지는 1년 전 폐병(진규폐)
으로 죽고 엄마는 남에 집일로 나가면 동생들 막냇동생을
등에 업고 같이 학교에 다니다 그만둔 그런 친구라
좀 때려도 문제없는 아이로 생각하고는
다른 아이들에게 내 자식 건들지 말라 경고한 것이라는
생각이 든다,
당신 스스로 자식에게 성장 유전자를 작은놈으로 주고는
누굴 탓한다는 말인가?
나는 오늘 산행 중에 발견한 이 버섯을 보고
그 시절의 일이 생각나 그 자리에 앉아 깊은 추억에
빠져들었다
우연인지 모르지만 그 친구들은 둘 다 간암으로
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났다.
나 대신 맞았던 친구는 내가 심장이상으로 병원에 있을
무렵 죽었다 한 갓 버섯도 자기 몸보다 더 큰 돌도
떠들고 사는 데 너는 뭐가 급해 나이 환갑에 죽냐고
난 아직 제대로 사과도 못 했는데 하는 생각에 미안함을
뒤로 하고 산행을 마무리하였다.
2021년 7월 23일 연화산 중턱에서
Dragon ho